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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나는 별을 마시고 있다

고일영

‘성영미: 두 병의 와인과 잔’전 2023.10.14-10.23, 갤러리한옥 ⓒ 고일영


조지아 와이너리를 둘러보며 양뿔로 만든 조지아 전통 술잔 ‘깐지’로 와인을 마셔보고 돌아 온 터라 미술에서도 와인, 술잔 등에 눈길이 끌린다. 성영미 작가의 ‘두 병의 와인과 잔’ 전시에서 본 와인 병과 잔은 루뻬(Loupe)를 끼고 보석 감정하듯, 또는 손에 기운을 담아 만져볼 필요는 없다. 검은 바탕에 무수히 긁힌 스크래치는 빛을 발하는 유성과 꼭 닮아 있다. 샴페인을 마시며 “별을 마시고 있다”라고 한 돔 페리뇽의 탄성이 몸으로 느껴진다. 캔버스에 젯소를 바르고 말린 후 펄이 들어간 유화 물감을 칠하고 다시 검은 물감을 고르게 바르는 작업은 여간 고되지 않다. 검은 물감이 마르기 전에 뾰족한 도구를 사용하여 긁기를 반복하여 밀도를 높여 간다.

문학에서는 병과 잔의 형태를 단어로 들려준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동네 사람에게 와인 한잔(a cup of wine)을 권하며, glass 대신 cup을 쓴다. 『햄릿』은 사발로 번역한 스튭(stoup)을, 『맥베스』는 성배의 뜻을 지닌 첼리스(chalice)가 사용된다. 와인을 마시던 고블릿(goblet)을 훔쳐가는 대목은 크리스토퍼 말로의 『포스터스 박사의 비극』에 나온다. 적합한 용어를 찾아 의미를 부여하는 문학과 달리 성영미의 그림은 자유 연상을 통해 상황과 주종에 맞는 와인과 잔을 떠올리게 하여 켜켜이 감긴 이야기 타래의 얼레를 풀게 한다. 변형된 좁은 캔버스 화면을 와인 병으로 가득 배치하고 샴페인 잔으로 보이는 술잔에 와인이 넉넉하다. 작가의 시선과 체험 안에서 해석되고 재창조된 세계에서 작가가 행복한 술꾼임을 엿보게 된다. 
나도 오늘 조지아에서 수입할까 말까 망설였던 그 와인을 다시 음미해 봐야겠다. 나만의 잔에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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